Tuesday, 28 February 2012

빛과 그림자 "유상준 단장의 곡쓰기, 70년대 음악인들의 낭만과 현실을 보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지금영혼을 사겠다는 거요? 나 지금껏 돈 몇 푼에 내가 쓴 곡 팔아 본 적 없는 놈이야. 사람 무시하지 마!"
한참을 웃었다. 웃겨서가 아니라 통쾌해서였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자신의 작품으로 돈을 버는 것조차 하찮게, 심지어 수치스럽게 여기던 시절이. 예술가는 돈을 말해서는 안된다.
아직 전근대적인 낭만이 남아 있던 시절이었다. 자본주의가 아직 세상을 완전히 지배하기 전이었다. 돈은 수단이었다. 있으면 좋고 없으면 할 수 없는 것. 그래서 당시 예술가들은 많이 가난했다. 아니 가난 자체를 훈장으로 여기기도 했다. 이러저러한 작품활동으로 적지 않은 돈을 벌고 있었으면서도 그런 만큼 아무렇지도 않게 돈을 쓰고 있었다. 돈이란 신외지물이다. 예술만이 진짜다.
하기는 그런 점을 이용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많은 예술가들이 당시 그렇게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하면서도 정작 그것을 그다지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 단지 노래를 만들고, 노래를 부르고, 그것을 무대에 서 연주하는 것으로 좋았다. 그러고 보면 빛나라쇼단도 그다지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도 그저 무대 위에 서는 자체가 좋아 그 일을 붙잡고 있는 이들이 아니던가. 신정구(성지루 분)부터가 돈 떨어지면 그때야 쇼단 일에 관심을 두던 그런 인물이었다. 연예인을 딴따라라 부르며 멸시하던 이면에는 그런 무대에 서는 자신들의 순진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인세라는 것이 없었다. 음반이 팔려도 가수에게 돌아가는 것은 전혀 없었다. 음반을 무단으로 복제해 팔아도 그것을 가지고 무어라 하는 사람들조차 없었다. 음반가게에서는 당연하다는 듯 최신앨범을 테이프에 녹음해주는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물론 그 가운데 음악인들의 몫은 없었다. 음악인에게 돌아가는 것은 그렇게 자신과 자신의 노래를 알리고 돈이 되는 무대에 서는 것. 밤무대라거나 리사이틀이라거나. 음반은 단지 홍보용이고 돈은 무대에서 벌었다.
작곡가의 처지는 더 우울해서, 한때 우리나라에 앨범 이외에는 다른 어떤 음반의 양식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곡비 한 번 받으면 끝이었다. 이후 음반이 몇 장이 팔리든 작곡가나 작사와 는 전혀 상관없는 남의 일이었다. 그 음반을 어떻게 달리 활용하더라도 아무런 권리도 없었다. 그래서 작곡가나 작사가의 수입을 보장해주고자 음반에 한 곡이라도 더 넣을 수 있도록 앨범을 고집했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더 높은 수입과 사회적 명성을 누린 음악인도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은 그다지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였다. 정말이지 좋아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하기는 지금도 그것은 대부분의 음악인들에게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돈을 버는 것은 소수, 나머지는 여전히 우울하다.
무언가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곡비를 얼마 받고가 아니라 서로가 인간적으로 마음에 들어 즉석에서 곡을 써서 주고, 그것으로 음반을 취입하고. 물론 설사 음반이 성공하 더라도 이혜빈(나르샤 분)이 더 챙길 수 있는 부분은 없을 것이다. 돈은 무대에서 개런티로 번다. 유상준에게도 음반이 히트했다고 돌아가는 것은 강기태(안재욱 분)이 큰 맘 먹고 내놓는 보너스 정도다. 그것으로도 좋다. 하지만 역시 음악인들에게는 지금이 더 좋다.
더구나 유상준 단장이 정작 악보를 쓸 줄도 그릴 줄도 모르더라는 부분에서 - 그런데 80년대에는 음반을 내고 사전심의를 받으려면 반드시 악보를 그려 제출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래서 악보를 전혀 볼 줄 모르다가 심의를 위해 악보를 그리는 법을 배우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면 악보를 채보하는 일만 따로 하는 작곡가도 있었다. 유상준도 그런 경우였을까? 70년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비슷했을 텐데 어차피 그런 부분까지 세세하게 다룰 이유는 없을 것이다.
아무튼 사실 기인이라고도 할 것도 없는, 그다지 신기할 것이 없는 이야기다. 최근 예능을 통해 주가를 올리고 있는 부활의 리더 김태원만 하더라도 고등학교 시절 악보도 없이 기타 한 대로 '비와 당신의 이야기'라는 명곡을 써내고 있었다. 들국화의 전인권 역시 지금도 악보를 볼 줄도 그릴 줄도 모른다. 비틀스의 경우도 처음에는 전혀 악보를 모르는 상태에서 곡을 쓰고 연주를 했었다. 정규교육을 받고 그래서 이론에 해박한 경우가 오히려 드문 것이 대중음악계였다. 그런 만큼 정규음악을 전공한 사람에게서는 불가능한 다양한 개성과 가능성이 대중음악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어 차피 음악이란 소리다. 굳이 악보가 아니더라도 소리로써 전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때로는 허밍으로, 때로는 악기의 연주로, 기술이 발전했으니 즉석에서 녹음을 통해 어떤 음악인가를 전달한다. 악보를 전혀 보지 못하더라도 그렇게 녹음한 것만을 듣고도 얼마든지 따라 부르거나 연주할 수 있다. 더구나 악보만으로는 부족한 부분도 있기에 더욱 실제의 음악이 어떠한 형태인게 들려줄 수 있는 가이드란 필수적이다. 악보를 볼 수 있어야 곡을 쓰고 곡을 부를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편견이다. 찰리 채플린도 악보를 전혀 볼 줄 몰랐지만 자신의 영화음악을 직접 작곡했다. 임재범이 주멜로디만을 완성한 '고해'를 자기가 썼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였다.
그 야말로 그 시대와 어울리는 낭만이었다. 자신의 영혼을 팔라는 말이냐며 버럭 화를 내다가도, 정작 구두 한 켤레에 어느새 마음이 풀려 즉석에서 섹소폰으로 곡을 만들어 들려준다. 요즘에는 불가능한 그 시절에나 있었을 법한 이야기, 그것이 곧 <빛과 그림자>라는 드라마가 갖는 의미이고 가치가 아니겠는가. 어디에서 이런 정겨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하 여튼 강기태란 너무 경솔하다. 장철환(전광렬 분)은 야수다. 비록 병들고 상처까지 입기는 했지만 그렇더라도 매우 흉폭한 맹수나 다름없는 존재다. 그런데 그를 약올린다. 그를 모욕준다. 아예 나락으로 떨어져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모르겠는데 아직은 그래도 청와대 한 구석에 그의 자리가 남아 있는 상태다. 장철환의 말이 옳다. 잡으려면 한 번에 확실하게 다시는 일어설 수 없도록 잡아 놓아야지 어설프게 건드려서는 독기만 더할 뿐이다. 장철환의 자존심을 건드려서 아직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강기태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
결국 위기를 자초하게 만든다. 장철환으로 하여금 의지를 다지고, 조명국(이종원 분)과 차수혁(이필모 분) 또한 장철환을 중심으로 단단하게 결집하도록 만든다. 노상택(안길강 분)과 조태수(김뢰하 분)가 이미 강기태를 노리고 있다. 결국 그조차 차수혁이 강기태를 어설프게 건드리고 만 때문이라 할 때 장철환을 자극해서 강기태가 얻을 수 있는 것이란 다시 한 번의 더 강력한 장철환의 적의와 공격 뿐이다. 자신이 있어 그런 것이겠지만 강기태에게는 이미 지켜야 할 여자와 빛나라쇼단이 있다. 아직까지 철이 없이 너무 성급하다. 통쾌하다기보다는 이래서 드라마로구나 생각하게 된다.
어차피 유신시절 무고하게 간첩으로 몰려 고문받고 죽어간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강기태의 아버지 강만식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결국은 김재욱(김병기 분)의 존재일 것이다. 장철환과 김재욱이 서로 적대하고 있기에 그것이 문제가 된다. 김재욱만 아니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아니 김재욱과 지금과 같이 적대하고 있지 않다면 그깟 사람 한둘 죽은 것 쯤이야. 장철환과 김재욱 사이의 권력싸움이 마치 그 사건에 대한 도의적 문제 때문인 것처럼 묘사된다. 그것이 정치다. 결국은 이익이고 탐욕이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정의이고 원칙이다. 권력이란 폭력과 정의의 합성어다.
의외로 나르샤의 연기가 좋다. 그리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평소 예능에서 보여진 모습과 어우러지며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자연스러움은 어차피 경험만 조금 쌓이면 해결될 일이고 자기 역할에 충실하게 몰입해 있는 것을 알겠다. 정말 얄미웠다. 이혜빈이 김계순(이아이 분)을 손가락으로 부를 때 필자 역시 김계순과 마찬가지로 움찔하고 말았다. 기대가 커진다.
가 장 인상깊게 보았던 장면이었다. 강기태가 유상준에게 곡을 부탁하고 그것을 거절하던 유상준이 즉석에서 섹스폰으로 곡을 연주해 들려주고. 필자가 기대한 것이었다. 기록으로만 전하는 당시를 드라마로나마 보고 싶다. 당시의 음악과 음악인에 대한 관심이 크다. 재미있었다. 흥미로웠다.
SOURCE ;http://stardail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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